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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감상기감상문/내가 본 영화 2020. 2. 4. 14:54

1월 23일
1026사태를 각색한 동아일보 소설원작의 영화.
과거사를 각색해 재현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1987과 같아서 중간중간 비교를 했었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
박통(박정희) - 이성민
멋있다. 눈빛 진짜 멋있다. 처음 외관에선 아무래도 싱크로가 안 사는데...싶었다가도, 어느순간 외모마저 겹쳐보인다. 다만, 캐릭터가 아쉽다. 박통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영화 내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아무래도 이건 치매걸린 노인이다. 부마사태에 대한 감정적인 진압이라든가, 유난히 눈에띄게 바뀌는 흰머리라든가. 조금 더 정치적이고 치밀하게, 더 날카로운 사람의 느낌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영화가 그걸 노린 것 같지 않아서 아쉽다. '임자맘대로'라는 대사도 더 무섭게 쓰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야.
김규평(김재규) - 이병헌
김규평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그럼직한 것'에 대한 집착이 캐릭터 전체를 구성한다.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해야하는 것에 대한 노력과 국가로서 갖춰야할 것 등에 대해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머리를 쓸어넘기며 맵시를 가다듬고 마음을 다듬는 모습에서 그 모습이 시각화 되어있다. 특히 저 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이 캐릭터를 대표하는 모습이라 참 좋았다. 좋게 말하면 체면과 교양을 위해, 이상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고 나쁘게 말하면 ~척에 가득한 이중적 인물. 그래서 두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하나는 중간중간 나오는 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거 다 내버리고 곽실장과 멱살잡이를 하는 장면. 아직도 이병헌의 찰진 '이 개 10Bired야' 소리가 머리에 남아있다.
전두혁(전두환) - 서현우
대사도 거의 없이 눈빛만으로 영화에서 자리를 차지한다. 가늘게 뜬 눈으로 천천히 주변을 읽고있는 모습이 매우 불쾌하다. 그래서 멋있다. 굵직한 배우들 사이에서 이렇게 조용히 눈빛으로 캐릭터를 뽐내는걸 보면 이름을 기억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
특징
-진행
사실 크게 특이한 진행이 아닌데, 1987과 다른느낌이라 특징같다. 1987은 박처원을 중심으로 놓고 주변의 여러캐릭들간의 상호작용으로 영화를 이끌었는데, 이 영화는 1026사건을 40일 전부터 서사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김규평이 가지는 캐릭터와 이 건조한 진행이 시너지가 잘 맞고, 객관적인 느낌을 준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뒤에서는 이런 모습이 박통을 중심으로 무너진다는 느낌을 주는 것. 이것도 박통의 치매느낌을 의도한 것이라면야 자연스럽지만, 난 아무래도 어색하더라. 하지만 전체적인 진행은 건조한 서사식 구성이라 맘에들었다.
-우리 혁명 왜 했나
영화 내에서 몇번이나 나오는 이야기. 특히 박부장과 김규평이 이 대사를 읊는데, 포인트는 뒤의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국가의 발전에 목숨을 건 혁명전사였는지, 개인의 사리사욕에 목숨을 건 미친사람들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덕분에 사람따라 판단이 달라지고, 진행과 더불어 객관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듯 했다. 엔딩에서 김재규에 관련된 내용을 긍정적/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둘 다 보여준 걸 보면 킹부러 이렇게 만들었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도 넌 아냐
라는 느낌을 주는 캐릭터가 전두혁. 얘는 그냥 나쁜놈이다. 등장부터 중간중간 비춰지는 모습, 그리고 엔딩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아 그래도 이건 좀' 같은 느낌을 준다. 감독이 어지간히 싫은가보다 싶다.
정리
재밌다. 특히 이성민 이병헌 두 배우가 멋있어서 계속해서 보게된다. 그리고 차가운 진행이지만 곽도원이 국외에서 유쾌한 캐릭터로 나와서 중간중간 감초같은 느낌을 준다. 역사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영화자체는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꽤 섞여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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