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내가 한 게임

사이버펑크 2077 후기

낙네임 2022. 10. 14. 00:00

사이버펑크 2077 이미지샷

 

플레이한 날짜 - 9월 18일 ~ 10월 10일 (총 플레이타임 55시간)

 

플레이 만족도 - 3/5

 

한줄후기 - 이리보나 저리보나 미완성이다.

 

좋았던 점

  • 거의 완벽한 한글화
  • 멋드러진 세계관
  • 나름 쉬운 FPS

 

별로였던 점

  • 마케팅
  • 짧은 느낌이 드는 메인 플롯
  • '오픈월드 RPG'의 고질적인 반복

 

엣지러너 뽕맛이 가시기 전에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뽕맛이 남아있을 때 할인을 해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과연 내 970이 버텨줄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런 건 나중 문제였다. 차근차근 진행한 패치에서 꾸준하게 버그픽스작업을 했었고, '이젠 할 만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 시점에 사이버펑크를 붙잡지 않을 일은 없었다.

 

나름 쉬운 FPS

  오픈월드 싱글 RPG라는 게임의 특성상 나같은 FPS바보들도 할 수 있을만한 난이도의 게임이 되었다. 물론 FPS다운 컨트롤을 요구하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잠입에 가까운 해커트리를 탄 덕분이지만 FPS장르를 앉은채로 이렇게 오래 한 게임은 이 게임이 처음이다. 아마 총을 사용한 트리를 이용해야만 했다면 적어도 +5시간을 했어야 할거다. 그리고 FPS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위압감이 있다. 근미래적인 세계관의 마천루들은 FPS로 볼 때 위압감이 더 산다. 오픈월드의 다양한 모습을 체감적으로 강렬하게 느끼기 좋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덕에 감상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즐긴 오픈월드 게임이 몇 없는 나에게 나름의 장단이 섞여있었다.

 

오픈월드

  내가 오픈월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특유의 반복적 행동들이 굉장히 질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JRPG처럼 반복퀘를 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반복하면 모르겠는데, 오픈월드 RPG는 그 메인월드를 살리기 위해 같은 내용의 퀘스트를 여러 다른 곳에서 하게끔 만들어둔다. 이게 가장 큰 스트레스인데, 문제는 반복적인 내용의 퀘스트들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맵이 깔끔해지질 않는다. 곳곳에 느낌표가 남아있고 맵을 눌렀을 때 열리는 그 방대한 노가다들이 질리게 만들어버린다. 사이버펑크는 다행히도 반복적인 퀘스트를 맵에서 '생략'할 수 있다. 사이드퀘스트 중에서 NCPD(작중 경찰)들의 신고를 체크하는 작은 퀘스트들이 아닌 다음엔, 지역별 픽서들의 의뢰가 가장 큰 반복인데, 다행히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진 않다. 가장 많은 지역이 20개 수준이니 이정도면 양호하다는 느낌. 그리고 NCPD 신고관련 퀘스트들은 맵에서 안 볼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어서 생각보다 거슬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이드 퀘스트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은 한정되어 있었고, 이것이 엔딩으로 가는 스토리와 어떻게든 연결시키려 한다는 노력은 보여서 좋았다.

 

문제는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판매량/평가에 가장 큰 문제였던 마케팅과 버그는 차치하도록 하자. 굳이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니까. 우선 내가 느끼기에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 자체가 아쉬움이 너무 많다. 우선 게임의 분량이 묘하게 짧다. 메인시나리오만 진행한다고 할 시에 느껴지는 분량은 위쳐3 DLC정도의 수준이었다. 물론 그것보단 많은 것 같기는 한데, 메인 스토리가 일자에 가깝고 그 사이에 극을 연장시킬만한 갈등이나 반전, 위기가 많지 않아서 굉장히 짧게 느껴진다. 어찌보면 스토리 상 당연히 그렇게 진행되는게 맞는데,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짧아버리면 아쉬움이 안 생길수가 없다. 더군다나 오픈월드 게임이면서. 게임이 전체적으로 메인 스토리에 비해 세계관에 더 공을 들인 느낌이다. 메인스토리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지역들도 있고, 사이드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비중이 약해보이는 지역마저 있다. 사이버펑크 특유의 미래적이면서 원시적인 복합적인 마을 설정이라든가, 특유의 암울하고 막장스러운 분위기는 잘 만들었다는 느낌인데 이걸 게임에서 활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아쉬움이 더 커진다. 정말 '이럴거면 굳이 이렇게 만들 필요가 있었나?'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당연히 뒤에 발매할 DLC랑 멀티 때문이겠지만서도.

  위의 두가지 단점들이 합쳐지면 전체적인 오픈월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휑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나름 의미있는 인물들과의 사이드 퀘스트와 메인스토리가 짧다보니, 결국 이것들은 나름 금방 끝나고 그러면 무의미한 반복적인 사이드퀘스트들만 남는다. 정말 필요한 내용들만 하려고 했다면 30시간 이내로 충분히 클리어하지 않았을까? 30시간이 적은 플레이타임은 아니지만, 맵과 세계관 구성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쉬움이 뚝뚝

  크게 세계관과 스토리로 설명했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문제가 많다. 인물과의 관계로 만들어지는 인과역시 생각보다 크지 않고(엔딩분기가 늘어나는게 크다면 큰건가), 빠른 일직선 진행 속에서 캐릭터의 인물관계가 사이드퀘스트와 꼬이기 시작하면 대사가 어색해지는 부분 또한 생긴다. 캐릭별로 조금 더 엮였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부분이 있는데, 구역별로 완전히 별개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느낌도 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많은 오픈월드 RPG의 단점이기도 하고, 멋진 세계관을 구경한 나의 기대감 버블때문에 발생하는 실망감이 크겠지만, 어쩌겠는가. 겉모습이 너무 멋진데 속을 까보니 아쉬움이 가득한걸. 실망이라는 표현보단 아쉬움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은 이유도 그런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