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oster Factory
플레이한 날짜 - 2021년 10월 4일
플레이한 시간 - 3.2시간
한줄평 - 흔들림없는 지그문트사의 징검다리
느낀 재미 - ★★★☆☆
추천 요소
- 지그문트 시리즈의 스토리에서 꽤 중요할 수도 있는?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못참을 요소.
- 구작들을 즐겁게 즐겼고 구작들의 OST를 너무나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는 OST
- 지그문트 시리즈 전통의 짧은 플레이 타임과 간편한 게임성. 영화나 책, 드라마 대신 한 편 즐기기에 딱 좋다. 플레이 타임도 3시간 언저리라 영화 한편 대신 즐기기에 정말 최적의 게임
-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데 정식 한글발매. 갓갓이 아닐 수 없다
비추천 요소
- '게임적인' 요소를 기대한다면 프리버드 시리즈는 추천할 게임이 아니다.
- 전작들을 모른다면 그저 단편적인 스토리의 감동밖에 얻지 못한다. 게임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전작을 해보고 올 것. 심지어 OST마저도 전작과 연관되어 있다.
노스포 인게임 리뷰
일부러 게임을 안 하고 있던 시기였다. 몇 년간 게임을 지속해서 몰아친 피로감때문에, 게임을 좀 멀리서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한 달 정도 됐으려나.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와 뉴월드라는 해보고 싶은 게임들이 보였으나 JRPG나 MMORPG나 시간 먹는 귀신들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게임과 거리감을 두기에 적절했던 신작이었다.
게임 안 할 때 그럼 뭐했느냐. 뭐 운동이니 피아노니 다른 취미들을 즐기고 있지만, 다른 취미들 옆엔 항상 인터넷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무심결에 랜덤으로 나오는 방송중에 이 게임이 보였다. 뭐 RPG 메이커로 만든 인디게임들을 즐기는 사람이야 꾸준히 있으니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려는데, 꽤나 많은 방송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더라. RPG 메이커 게임을 이렇게 많이 한다고? 어? 설마? 하고 찾아보니 역시. Kan Gao의 후속작이었다.
투더문으로 대표되는 프리버드 게임사의 신작이다. 투더문이라는, 싸움이라고는 허접하기 짝이없는, 심지어 이동시에 대각선 입력조차 없는 이 불편하기 짝이없던 게임은 RPG메이커의 특성에 맞는 아기자기한 그래픽, 메인제작자인 Kan Reives Gao와 Laura Shigihara의 훌륭한 OST, 그리고 이에 걸맞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사람들 눈물샘에 EMS 전기마사지 씨게 돌린 작품이다. 작품의 성공 덕분인지, 프리버드사는 지속적으로 이후 이 투더문에 등장한 지그문트사와 연관된 시리즈들을 발매했다. 메인 작품인 투더문, 파인딩 파라다이스, 임포스터 팩토리를 제외하더라도 버드스토리같은 짧은 게임이나 DLC들까지 합치면 벌써 꽤 많은 작품이 옴니버스 형태의 시리즈로 나오게 되었다.
게임적인 부분에서 이번 임포스토 팩토리를 메인작품들을 모두 즐긴 입장에서 보면 『아 귀찮은거 걍 다 쳐 내』 느낌이다. 우선, 어떤식으로든 재미용으로 우겨넣었던 배틀요소를 없앴다. 투더문에서는 '이걸 여기서 굳이...?' 싶은 장난성 기믹같은 느낌이었고 파인딩 파라다이스에서는 '이번엔 조금 더 넣으려고 신경쓴건가' 싶었던 배틀부분을 이번 작품에선 아예 빼버렸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성격을 봤을 때 빼버린 결정엔 찬성. 배틀요소를 빼면서 생기는 심심한 자리는 약간의 개그요소와 스토리상의 특성으로 채워졌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지.
다음으로 쳐낸 부분은 게임의 탐험과 진행이다. 사실 시작인 투더문도 탐험요소라고 부를만한 것은 없다. 하지만 맵의 구현에서 실제로 필요한 양보다 맵을 조금 더 넓게 만들었었다. 파인딩 파라다이스도 마찬가지. 맵의 사이즈는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도 중요하지만 맵을 돌아다니게 만들어서 인게임 세상을 좀 더 느끼게끔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딱 필요한 부분 외에 돌아다닐 수 있게끔 만든 곳은 시작하면서 나오는 저택 전경 단 한 부분이다. 심지어 저택 내에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그 때마다 잠궈둔다. 게임에 자유란 없다. 그저 일방통행이고 그저 중간중간 '게임스럽게' 넣기 위한 부분이 살짝살짝 있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이게 나쁘냐고? 뭐 자유도를 생각한다면 자유도가 없는 게임인건 맞는데, 사실 자유도가 굳이 필요한 게임이 아니다. 애초에 스토리텔링이 주 목적인 게임이고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저 그 스토리텔링에 맞게끔 움직이면 된다. 이렇게까지 쳐냈어? 싶긴 한데, 그냥 장단이 좀 있는 정도라는 느낌.
진행에 있어서도 훨씬 편하고 쉽게끔 직선으로 바꿨다. 직선적인 스토리라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게임이 직선이다. 게임을 해보면 무슨 뜻인지 바로 체감이 될듯. 개인적으론 이 부분은 맵을 좁힌 것보다 좀 더 좋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게임을 직선으로 어떻게 잘 만들 수 있느냐 였을텐데, 뭐 기존의 방식을 적절히 잘 써먹어서 무난무난 했다는 느낌
저 부분들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이유는 애초에 우리는 프리버드 게임에서 저런 부분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로 나를 방구석 찌질이로 만들것인가?』 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작품의 스토리는 전작들에 비하면 평범하다. 기존의 게임들이 좀 중2병적인 감성을 건드렸다면, 이번엔 보다 보편적인 감성에 접근했다. 나쁘게 말한다면 감동팔이다. 지속적으로 감동적인 장면, 슬픈 장면을 위한 빌드업을 뻔히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무난하게 자극하기 좋은 소재를 써먹었다. 하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신파가 넘쳐나는 미디어 시장에서 신파에 질려 극혐하는 친구들에게 난 '잘 만든 신파는 볼만해' 라고 말하는데, 딱 그정도 느낌이다.
그럼 이러저러 쳐내고 스토리마저 쏘쏘한 그저 그런 작품인가? 라고 한다면, 일부분 맞다. 하지만 이 작품은 프리버드 게임사의 지그문트 시리즈 스토리에 있어서 필요한 떡밥과 스토리를 던져뒀다. 이런 부분 때문에 징검다리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 이게 후속작에서 엄청난 떡밥으로 쓰인다거나, 반드시 언급될 전작이라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정도. 하지만 프리버드의 차기작 게임 개발에 대한 부분으로나, 스토리적인 부분으로나 이 게임은 메인이 아니라 거쳐가는 단계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OST도 구작들의 멜로디와 리듬에서 변형한 곡들이 있다. 구작의 감동을 다시금 되새기기도 쓸만한 작품. 그냥그냥 쏘쏘 괜찮았네 다음 작품은 또 언제나오나 싶은 기대감을 주는 그런 작품.
-이하 스포섞인 감상평
- 피임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콘돔을 생활화 합시다.
- 에피소드 X의 의미는 사라진 세계라는 뜻일 수도, 과거라는 뜻일 수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라는 뜻일 수도 있다는 부분에서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시리즈가 진짜 길어진다면 후에 에피소드 10에서 이 에피소드와 엮지 않을까
- 트레일러의 I와 F가 강조된 것은 IF의 세계라는 의미.
- 흔하게 써먹는 가족애를 다룬다. 하지만 좋을 수 있는 이유는 이 IF의 세계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다는 지그문트 시리즈의 특성 덕분이다. 현실에서도 고민하고 미디어에서도 자주 다루는 선택하지 못한 경우의 수에 대해서 둘 다 보여줬다는 점. 불가능한 제3의 옵션마저도 모두 보여준다는 부분에서 좋았다.
- 트레일러도 그렇고 인트로도 그렇고 RPG메이커에서 흔히 다룰법한 호러물, 스릴러물 느낌을 잔뜩 내놨다. 사실 난 트레일러를 게임하고 봐서 몰랐지만, 만약 이를 기대한 사람이 있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듯.
- 이 게임의 가장 큰 떡밥인 '세계 속의 세계'는 참 편하고 좋은 장치다. 문제는 지그문트 시리즈의 엔딩이 아 시발 꿈이 될 수도 있기에 이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
- 메인 에피소드 3가지는 각각 연인, 자아, 가족의 사랑을 다뤘다. 어찌보면 가장 대표적인 3가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대중들에게 먹힐만한 사랑이야기는 이제 다 쓴 것 같으니, 다음 작품부터는 작품의 색깔이 확실하게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로잘린과 닐의 사랑이야기가 메인이 되어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Kan Reives Gao가 기가막히게 또다른 사랑이야기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 개인적으로 더 기대되는 것은 후자다. 뭐 전혀 다른 장르로 스릴러물을 가져와도 재밌게 풀어낼 것 같지만 그래도 지그문트 시리즈는 항상 따뜻했으면 좋겠다는게 개인적인 바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