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 - 더 랍스터, 킬링디어 감상
감상일 2020.0127
가물가물해서 틀릴 수도 있지만 느꼈던 감정들만 기억을 해보자.
방구석 1열
내가 현재 유일하게 보는 TV 프로그램이 딱 하나 있는데, 방구석 1열이라는 영화리뷰 프로그램이다. 사실 엄청 재밌거나, 엄청 유익해서 본다기 보다는 영화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을 알 수 있어서 보는편이다. 그리고 이 영화들을 본 이유도 사실 이 프로그램때문이다. 특집이라고 나왔는데 킬링디어는 제목만 알고, 랍스터는 심지어 제목도 몰랐다. 프로그램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집이라길래 '대체 누군데?' 하며 찾아보고 느낀 것은 '아 색깔있네' 라는 느낌.
요르고스 란티모스
두 영화를 보면서 느낀 그리스 출신의 이 감독의 특징이라면 역시 그 묘한 기괴함일 것 같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영화의 색감이 채도가 낮다. 배경으로 나오는 하늘들은 칙칙하다. 킬링디어에서 나오는 병원이나 발표회장 등 명도가 높은 곳도 어째 색이 화사하거나 밝게만 보이진 않는다. 분위기 때문인가. 칙칙한 색감과 더불어 나오는 효과음은 소름돋는 현악기 소리다. 흔히 표현하는 '끼기긱'거리는 현악기의 소리가 불쾌하게 터져나온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어딘가 묘하다. 감정을 없앤듯하다. 이런 것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영화 내용또한 그렇다. 킬링디어는 가족에게 저주를 내린 소년과 그 가족의 이야기고, 랍스터는 결혼을 하지 못하면 동물이 되는 세상의 이야기다. 엄청난 그래픽이나 효과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내용이, 그리고 보여지는 영상과 소리가 전부 이상하다. 영화라는 필터를 거쳐 절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안에서 터져나가는 것들을 보면 괴리감이 느껴지고 그 이상함이 더 가중된다.
배우
두 영화의 주인공인 콜린 파렐도 좋고, 레이첼 와이즈, 레아세이두, 니콜키드먼등 다른 배우들도 좋다. 사실 여자배우들은 다 좋아하는 배우들인데 콜린 파렐은 크게 관심을 두었던 배우는 아니어서 콜린 파렐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콜린 파렐은 잘생겼고 이러저러 꽤 얼굴을 익힌, 하지만 나에게 제일 큰 임팩트는 역시 데어데블인 배우였지만, 잘생긴 배우들에게 임팩트가 생기는 순간이 늘 그렇듯, 두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이상한 임팩트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주인공이라 그렇기도 하고, 특유의 어색한 연기가 가장 잘 나오는 배우. 또 다른 배우는 킬링디어의 베리 키오언. 눈이 계속 생각난다. 캐릭터와 베리 키오언의 파란 벽안이 머리에 박힌다.
엔딩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맘에드는 부분이 엔딩이다. 캐릭터들은 강제적으로 사건들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선택을 해야만하며, 때로는 비열하게마저 보이는 다음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선택들을 한다. 랍스터의 경우 오픈엔딩의 성격을 가지지만 벌어졌던 일들은 이미 몸에 새겨져서 받아들여야만 한다. 킬링디어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압도적인 힘 앞에서 개인은 한없이 무력하게 따를 수 밖에 없기에 이 감독의 영화를 불편하게 만드는 가장 멋진 지점이 이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먹먹한 기분을 만들어내는 포인트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