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상문/내가 본 영화 2023. 1. 9. 17:00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감상한 날짜 - 1월 8일
감상 만족도 - 4/5
한줄후기 - 감독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다시 한 번 묻는 그 질문
좋았던 점
- 슬램덩크라는 4글자
- 코믹스보다, 당연하게도 TVA보다 발전한 디테일
- 생각보다 잘 나온 3D 카메라와 프레임
- 보다 '농구스럽게' 바뀐 작품의 속도와 분위기
별로였던 점
- 뽕맛을 가득채워주던 코믹스상의 연출들이 밋밋해진 감이 있다
- 경기장의 환호성이나 관객 소리가 더 많이 담겼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나에게, 우리에게, 슬램덩크란
슬램덩크라는 만화는 하나의 상징이다. 한국 축구 붐에 박지성, 붉은 악마, 2002년이라는 키워드가 각인되어 있다면, 마이클 조던과 대학 농구, 슬램덩크라는 키워드들은 90년대 한국 농구 붐에 각인되어있다. 그 시절 학생들에게는 필독 교양서였고 가슴을 뜨겁게하는 낭만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슬램덩크라는 작품은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나에게, 사람들에게 있어 한 컷 한 컷 감동과 함께 머리 속에 고스란히 박혀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실망할 것이다.
방점
슬램덩크는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고, 그 근본은 '농구 만화'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방점이 이 영화를 즐기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 '만화'라는 것에 방점을 둔다면 이 작품은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성우문제로 인해 캐릭터에 대한 괴리감을 심어주었고, 기존에 감동을 주었던 장면들은 임팩트가 줄었다. 심지어 오마주하듯이 가볍게 넘어가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바뀌었다.
하지만 작품의 방점을 '농구'에 둔다면 보다 농구스러워진 이 작품이 더 재밌을 수도 있다. 코믹스의 특성상 속도감을 줄 수 없던 '시간의 속도감'을 부여했고, 정대만의 3점을 위한 스크린, 1on1의 페이크 등의 디테일도 올라갔다. 원작 코믹스에서 농구로서 어색할 수 있는 부분들(무한 체공, 경기 중 끝도 없이 말해대는 선수들)이나 TVA에서 보여지던 지지부진한 모습들(슛 하나로 한 화 때우기, 조연들의 끝없는 해설)들이 사라지거나 대폭 줄었다. 이 작품은 그래서 보다 농구스러울 수 있다. 굳이 주인공을 송태섭으로 바꾼 이유 또한,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농구에 대한 보다 더 사실적인 묘사를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농구를 좋아하는 만화가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농구를 사랑한 작가다. 작품목록을 보면 그의 작품 중 농구 만화가 절반이 넘는다. 슬램덩크라는 스포츠 만화계의 거대한 기둥을 남겼지만, 이후에도 농구 관련 만화를 그렸고, 지금도 연재중인 작품 중 하나도 농구 만화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극장판 농구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구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원작 코믹스 내에서 임팩트 있던 장면들을 과감하게 축소시켰고, 캐릭터의 비중도 크게 바꾸었다. 그리고 그런 농구를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송태섭이라는 캐릭터의 드라마 위에 올려놓았다. 이 밸런스게임이 대성공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슬램덩크를 좋아했던 나에게 추억을 자극할만한 장면 장면이 녹아있고, NBA를 좋아하는 나에게 농구의 맛을 나름 살린 표현들이 나오며, 내가 나름 좋아하던 캐릭터인 송태섭의 드라마를 넣어 처음 보는 영화로서의 값어치를 만들었다. 최고야! 라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이정도면? 싶은 정도는 되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일본에서도 꽤나 갈렸던 것으로 안다. 30년이나 쌓인 기대치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리고 그 와중에 캐릭터의 비중이나 목소리가 바뀐다면 만족은 커녕, 맹목적인 비판마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몰랐을 리가 없건만, 감독은 그것들을 감수하면서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이노우에 타케히코 감독이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슬램덩크의 시작이자, 줄곧 던지고 싶었던 그 질문. 농구... 좋아하세요? 난 기분좋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